#1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왔다.
혼자 영화를 좀 보고 싶었는데, 썩 마음에 드는 영화가 없어서 못 보고 있었다. 다행히 집에서 차를 타고 좀 나가면 있는 오리 CGV가 아트하우스를 운영중이라, 아무 생각없이 영화 포스터만 보고 다녀왔다.
주인공인 히라야마는 시부야의 화장실을 돌아가면서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영화는 그의 일상을 연속해서 보여준다. 일어나서하는 루틴, 식물 키우기, 현관의 동전을 집어 뽑아먹는 자판기의 커피. 자그만 밴을 타고 여러 화장실을 돌아다니면서 청소하는 그의 삶은 더 이상 낮아지지 않을 정도로 단조롭고 안정되어있다.
그의 청소 실력은 매우 프로페셔널해서, 같이 일하는 동료조차 왜 이런 일을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을 정도다.
히라야마는 이 일상이 매우 소중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일에서 부족함을 느껴지게 하고 싶지 않고, 일에 대한 집착은 이 단조롭지만 소중한 일상을 지켜내고자하는 방어기제처럼 느껴진다.
그의 일상이 단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침 출근길에 스카이타워가 보일 때쯤,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매일 듣고, 낡은 카메라로 매일 같은 나무(친구라고 표현되었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자기 전에는 항상 조금씩 책을 읽다가 잠이든다.
평생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인 나지만, 최근에는 어떤 사람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사람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더 집중하고, 그 나름대로의 삶을 가치있게 살아간다.
히라야마의 삶은 후자처럼 보이지만, 삶의 곳곳에서 의미를 찾고 있는 전자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였다. 그가 청소하는 화장실 중 한 곳에는 노숙자처럼 보이는 노인이 사는데, 노인은 나뭇가지를 들고다니며 기괴한 포즈를 취한다. 노숙자가 하는 행동은 미친 사람 같기도 하지만, 행위 예술가나 발레리노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인공은 이 노숙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더 이상 변할 것이 없어보이는 이런 낮고 안정적인 일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찾아온다.
조카가 가출해서 자신의 집을 찾아오기도 하고, 같이 일하던 동료가 한순간에 그만두기도, 자주 가던 술집의 마담의 과거를 알아버리기도 한다. 매 순간순간마다 변화는 허무하고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메인 테마인 루 리드의 "Perfect Day"로 대변되는 그의 일상은 모래가 파도를 거부할 수 없듯이, 쉽사리 변해버리고 만다. 마지막의 운전 씬은 그런 변하는 일상들에 대한 묘한 감정을 담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 신경이 좀 피곤해져서 조용하고 잔잔한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내 니즈를 잘 충족시켜준 영화였다. 상영관이 하루에 한 번만 있어서 그런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도 생각보다 많이 보러왔고.
오리 CGV는 이사가기 전까진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2
블로그는 쓰지 않았지만, 혼자 쓰는 저널은 생각나는 대로 좀 쓰고 있었다.
정리가 되지 않더라도, 글로서 생각이나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 멘탈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요즘 잠을 설치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는 경우가 많아져서 헬스도 열심히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헬스를 하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어서 좋다. 이런식의 정신 건강을 도와주는 여러 기제들을 챙기는 것이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3
집에 마샬 스피커를 사서, 요즘 계속 음악을 듣고 있다.
요즘 가장 많이 들은 건 아래 두 노래.
벤슨 분의 Beautiful things, 찰리 푸스의 Hero.
Beautiful things는 사실 쇼츠에서 듣고 좋다 싶었는데, 전곡으로 들으니 더 좋아서 계속 무한 반복하고 있다.
Hero는 찰리 푸스의 신곡인데, 확실히 옛날 곡들보다 성숙해진 느낌이 나서 좋았다.
새로운 노래만 들은 건 아니고, 옛날에 잘 듣던 앨범들도 스피커로 들으니 느낌이 달라져서 많이 들었다.
Whiplash ost는 회사에서 집중해야 할 때 많이 듣고 있고, 재지팩트 2집 앨범인 Waves like도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다. 유난히 2번 트랙인 Cross the street이 좋게 들린다.
#4
집에서 쓰던 안경을 바꿀 때가 되어서, 안경을 이리저리 알아보던 도중 꽤 마음에 드는 안경을 사게 되었다.
근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그냥 쓰고 다닐까 싶다. 요즘 스트릿한 느낌의 옷들을 많이 샀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단정한 느낌으로 돌아갈까 싶다. 가끔씩은 회사에도 쓰고 가볼까?
요즘 스스로 바뀌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연찮은 기회지만 기분 전환이 되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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